예투-소식
키아프·프리즈 문턱은 높아지는데, 신생 아트페어 피아테(PIATE)는 왜 500만원대 그림에 승부를 걸었나

키아프·프리즈 문턱은 높아지는데, 신생 아트페어 피아테(PIATE)는 왜 500만원대 그림에 승부를 걸었나
매년 9월, 서울 코엑스에는 20여 개국에서 175개 갤러리가 모이는 키아프 서울과, 4회째를 맞아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프리즈 서울이 나란히 문을 연다. 두 페어를 합치면 국내외 갤러리 약 300곳이 한 공간에 모이는 셈이지만, 정작 이 규모가 커질수록 문턱은 낮아지지 않았다. 키아프는 올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심화로"를 내걸고 참여 갤러리 심사를 더 엄격히 했고, 프리즈는 백남준·쿠사마 야요이 같은 거장급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다. 결국 초고가 걸작 중심의 무대는 더 정교해지고 있다.
그 사이,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전혀 다른 판이 준비되고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 4일까지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리는 피아테(PIATE) 2026은 국내외 갤러리 50곳(국내 25·해외 25) 규모로, 부스 참가비를 300만~400만 원대로 책정하고 스스로를 "The Missing Middle(더 미싱 미들)"이라 부른다. 초고가 걸작과 저가 판화 사이, 500만~3,000만 원대 원화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선언이다. 왜 하필 이 가격대이고, 왜 서울이 아닌 고양일까.

이 이름에는 작은 이야기가 있다. 미술시장을 피라미드로 그려보면, 꼭대기에는 경매 기록을 갈아치우는 초고가 걸작이 있고, 맨 아래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저가 판화가 있다. 그런데 정작 두 층 사이, 원화를 처음 사보고 싶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갤러리 입장에선 수고에 비해 마진이 크지 않은 가격대였고, 컬렉터 입장에선 이 가격대를 살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도 '미싱 미들', 우리말로 '사라진 중간지대'다. 시장이 원래 없었던 게 아니라, 다들 놓치고 있었을 뿐이라는 뜻이다. 피아테(PIATE) 2026은 이 비어 있던 계단을 다시 놓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답은 최근 미술시장 데이터에 있다. 200만~1,000만 원대 작품의 회전율은 고가 작품보다 3배 이상 빠르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구매자 지형도 바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방문객의 63.2%, 아트페어 구매 경험자의 39.3%가 2030세대이며, 이들 중 70.3%는 500만원 미만, 78.9%는 1,000만원 미만에서 첫 구매를 마친다. 초고가 걸작 시장이 정체된 사이, 실제 지갑을 여는 손은 다른 가격대에 있는 셈이다.

피아테(PIATE)가 겨냥하는 두 번째 층위는 컬렉터의 정보 습관이다.
젊은 컬렉터들은 갤러리의 설명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정보를 확인한다. 중저가 거래의 상당수가 이미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난다는 조사도 있다. 그래서 부스마다 붙는 QR코드가 예사롭지 않다.
이 QR코드는 에버트레져의 작품 인증·정보 시스템 오닛(OWNIT)이다. 에버트레져가 이 인프라를 페어에 내놓은 이유는 단순하다. 갤러리 설명 없이도 작가 이력과 작품 정보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원화를 처음 사는 사람도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오닛으로 작품 정보를 확인하고, 원한다면 비대면 결제와 렌탈 금융까지 같은 흐름 안에서 이어갈 수 있다.

오닛을 만든 에버트레져는 영화·공연·전시 같은 문화 콘텐츠에 소액으로 분할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예투를 운영하는 회사다. AI 기반 작품 가치 평가 시스템 VALQ와 블록체인 진품 인증 기술 에버씰(EverSeal)을 통해, 값비싼 작품 앞에서 머뭇거리던 사람들에게도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입구를 만들어왔다. 피아테(PIATE) 2026에 오닛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이트 블럭 보드와 자연 채광을 결합한 에코 하이브리드 공간, 태국 치앙마이 아트 뮤지엄과 공동 기획한 아시아 마스터 특별전 '10 Masters of Asia'까지 더해, 전통과 팝아트, 아시아와 한국을 한 무대에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현장에는 예투도 직접 부스를 낸다. 예투는 영화,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누구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피아테(PIATE) 2026 전시장 한편에 마련되는 예투 부스에서는 서비스 소개와 함께 방문객을 위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첫 회라는 건 그만큼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랙 레코드는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키아프·프리즈와 같은 가을 시즌에 신선한 대안으로 눈에 띌 여지도 크다. 500만~3,000만 원대 가격대가 실제 수요와 만나는 순간은 10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피아테 조직위는 2027년 치앙마이, 2028년 범아시아 허브까지 내다보는 로드맵도 제시한 상태다 — 이번 10월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시점이다.

결국 이 질문은 미술시장 전체가 마주한 질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대에서, 좋은 작품과 컬렉터가 만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예투가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분할 투자를 통해 답하려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은 다르지만,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자산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들일 수 있게 하자는 방향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