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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표준계약서, 서명 전 반드시 볼 7가지

예술인 표준계약서, 서명 전 반드시 볼 7가지
계약서는 신뢰가 없어서 쓰는 문서가 아니라, 신뢰가 바쁜 일정과 기억의 차이를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예술인 표준계약서를 검색하는 많은 사람이 "표준 양식"이라는 정답 하나를 찾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내 앞에 놓인 계약서의 어느 문장을 왜 고쳐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지 아는 일이다. 이 글은 예술인 표준계약서와 예술가 저작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늘 바로 확인해볼 수 있는 7가지 기준을 정리한다.

계약서를 챙기는 일이 왜 '작품 활동의 일부'인가
예술가의 경로는 하나의 직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계약서를 확인하고, 다시 자신의 언어로 결과물을 정리하는 일이 함께 이어진다. 실제로 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4는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맺는 사업주에게 예술인과의 서면계약 체결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즉 계약서를 요청하는 일은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라, 법이 이미 보장하고 있는 절차를 지켜달라는 요청에 가깝다.
특히 신진 예술가에게는 완성된 경력보다 읽히는 기록이 중요하다. 계약 조건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으면, 프로젝트가 작더라도 다음 협업 제안이나 분쟁 상황에서 근거로 다시 쓸 수 있다.

서명 전 반드시 확인할 7가지
1. 업무/과업 범위 — 결과물의 형태/수량/파일 포맷과 무상으로 포함되는 수정 횟수를 숫자로 못 박아야 한다. "대략 이런 느낌으로"처럼 범위가 모호하면, 계약 범위를 벗어난 추가 작업을 무상으로 요구받는 상황의 빌미가 된다. 견적서/제안서 단계에서 합의했던 스펙을 계약서 본문에 그대로 옮겨 적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2. 계약 기간과 장소 — 시작일과 종료일, 작업 장소(스튜디오/현장/재택), 현장 작업이라면 근무 시간까지 명시해야 한다. 특히 "별도 협의 없이 자동 연장"과 같은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자. 자동 갱신 조항은 종료 시점을 계속 미루는 근거가 될 수 있다.
3. 보수/지급일/지연 조건 — 총 계약 금액에 부가세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계약금/중도금/잔금처럼 나눠 받는다면 각각의 비율과 지급 시점을 확인한다. "작업 완료 후 추후 협의"가 아니라 "2026.10.15까지"처럼 특정 날짜로 명시되어야 하고, 지급이 늦어질 경우의 지연손해금(지연이자) 조항도 함께 확인하자. 표준계약서의 계약 금액/지급 시기 조항은 예술인 복지법 시행규칙이 명시한 필수 기재사항이다.
4. 저작권과 2차 이용 —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포괄적인 문구 대신, 사용 매체/기간/지역/목적을 특정한 이용허락 범위가 표준이다. SNS 홍보용으로만 쓰기로 했는데 상업 광고 전체에 재사용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2차적저작물 작성권 포함 여부와 추가 활용 시 별도 대가 조항까지 확인해야 한다.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더라도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은 원칙적으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는 점도 기억해두자.
5. 성명 표시와 크레딧 — 이름을 실명으로 표기할지 예명으로 표기할지, 어디에(작품 옆, 크레딧 롤, SNS 태그) 어떤 형식으로 표기할지를 정한다. 성명표시권은 저작인격권에 속해 계약으로도 완전히 포기시킬 수 없는 권리이므로, 크레딧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는 매체(광고 배너 등 예외 상황)는 별도로 명시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안전하다.
6. 수정/변경/해지 — 무상 수정 횟수의 상한과 초과 시 추가 비용, 저작자 동의 없는 임의 수정/삭제를 금지하는 동일성유지권 조항, 그리고 계약 해지 시 이미 완료된 작업분에 대한 보수 지급 방법을 확인한다. "무제한 수정 가능"처럼 보이는 문구는 오히려 무한 반복 요청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상한을 명확히 넣어달라고 요청하자.
7. 분쟁과 자료 보관 — 분쟁이 생겼을 때의 해결 절차(협의/조정 기관)를 확인하고, 계약서 원본/견적서/시안/수정 요청 이메일/입금 내역은 계약 종료 후에도 최소 3~5년 보관해두자. 서면계약 자체가 법적 의무이므로, 계약서 교부를 거부당하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권리보장시스템(예술인신문고)에 서면 또는 구술로 상담/신고할 수 있다.
실행 전 체크리스트
- 결과물의 형태/수량/수정 횟수를 숫자로 명시했는가
- 계약 기간에 자동 연장 조항이 없는지 확인했는가
- 지급일이 특정 날짜로 적혀 있고, 지연이자 조항이 있는가
- 저작권 이용허락 범위(매체/기간/지역)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
- 크레딧 표기 방식과 예외 조건을 확인했는가
- 무상 수정 횟수 상한과 계약 해지 시 기지급 조건을 확인했는가
- 계약서/견적서/입금 내역을 한 폴더에 모아 보관하기 시작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경력이 적어도 서면계약서를 요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하다. 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4는 경력과 무관하게,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맺는 사업주에게 서면계약 체결 의무를 부여한다. 신진 예술가일수록 계약서를 요청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이미 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지켜달라는 요청일 뿐이다.
Q. 구두로만 진행됐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A.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면계약 체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과태료(최대 500만원)가 부과될 수 있다. 이미 구두로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 지금이라도 서면계약서 교부를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Q. 저작권을 전부 양도해야 다음 작업 기회가 생기나요?
A. 그렇지 않다. 사용 매체/기간/지역을 정한 이용허락 범위가 표준계약서의 기본 형태다. 또한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은 계약으로도 양도/포기시킬 수 없는 권리이므로, "모든 권리 영구 양도" 같은 포괄 조항을 반드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Q. 계약서에서 불공정한 조항을 발견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예술인권리보장시스템(예술인신문고)을 통해 서면 또는 구술로 상담/신고할 수 있다. 서면 제출이 어려운 경우 구술 신고 후 담당자가 기록한 내용에 서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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