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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개인전 리뷰 —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

정수영 개인전 리뷰 —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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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개인전 리뷰 —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2024, acrylic on linen, 150x1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2024, acrylic on linen, 150x1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팬트리 속 사물과 감정의 층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얼굴을 닮은 공간

 

서울 삼청동의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 정수영 작가의 개인전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는 단순히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라기보다는, 타인의 삶을 조용히 엿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조밀한 ‘생활의 기록’이다. 이번 전시는 정수영 작가가 처음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팬트리(Pantry) 시리즈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총 30여 점의 회화가 출품되었다.


 
아침 크리스마스이브,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아침 크리스마스이브,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팬트리: 수납공간을 넘어선 감정의 축적지

정수영은 일상의 평범한 사물에서 시작해 감정의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팬트리는 단순한 저장공간이 아니라, 사적인 취향과 생활 리듬, 불안과 욕망, 미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축적된 장소다. 이 공간은 사물들의 조합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섬세한 초상화를 제공한다.

작가는 팬트리라는 사적이고 밀폐된 공간을 통해, 익숙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피자 박스, 반려동물 장난감, 수경 식물 등은 누군가의 취향과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정서적 밀도를 담아낸다. 익숙한 장면이기에 더욱 낯설고, 그 낯섦 속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한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각 사물들의 디테일한 조합이 마치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취향이 드러났고, 그것이 누군가를 말없이 설명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Pantry7,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7,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waiting for nobody, 2024, acrylic on linen, 180x18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waiting for nobody, 2024, acrylic on linen, 180x18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3,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3,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9,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9,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5,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5,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사물의 말없는 목소리와 회화의 언어

정수영은 회화를 통해 사물이 지닌 감정의 흔적과 정서를 전달한다. 관람자는 그림 속 사물들의 배치와 잔상 속에서, 사물과 사람 사이에 형성된 정서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팬트리 속 오브제는 사람마다 다르며, 취향에 따라 배치된 구성이 하나의 심리적 지형을 형성한다. 이처럼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의 밀도를 포착하는 태도는 회화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작가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과도한 설명은 삼간다. 오히려 사물 자체가 공간을 통해 말하도록 여백을 남긴다. 특히 리넨이라는 화면 재질은 회화의 물성을 더욱 강조하며, 비어 있으면서도 존재감을 지닌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

happy birthday,2024,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happy birthday,2024,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크리스마스들, 2025, acrylic on linen, 75x75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크리스마스들, 2025, acrylic on linen, 75x75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dough it, 2024, acrylic on linen, 90x85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dough it, 2024, acrylic on linen, 90x85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나에게, 2025,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나에게, 2025,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각자의 생애주기, 2025, acrly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각자의 생애주기, 2025, acrly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아씨.....,2025,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아씨.....,2025,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not for posting,. 2024,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not for posting,. 2024,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정수영의 이력: 회화의 언어가 바뀌기까지

여기서 잠깐, 정수영이란 작가에 대해 알아가보자.

정수영은 1987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초기 작업에서는 종교적 도상과 복잡한 상징 체계를 다뤘으며, 첫 개인전 <파라미타>(2016)는 단청, 만다라, 돼지머리 등 강렬한 상징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영국에서의 독립적인 생활은 그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전의 폐쇄된 구조에서 벗어나, 사적 공간과 일상의 구체성을 다루는 작업으로 전환된다. 팬트리 시리즈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며, 삶의 단면과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팬트리 속 정물은 누구를 말하고 있는가

Pantry4,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Pantry4,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정수영의 사물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관계 맺고 있는 ‘살아 있는 물건’들이다. 팬트리에 놓인 사물 하나하나에는 시간과 정서, 생활 방식이 스며들어 있다. 작가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그 사물이 존재하는 이유와 배경, 감정을 함께 담아낸다. 이로써 회화는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언어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중요한 변화가 있다. 기존 연작에서는 인물의 존재가 철저히 배제됐지만, 이번 팬트리 시리즈에서는 작가의 시선이 직접적으로 개입된다. 《Introvert》, 《Not for posting》, 《Pantry7》 같은 주요 작품에서는 발이 등장하거나, 거울에 비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는 사물과 화자 사이의 거리를 새롭게 탐색하고, 관람자와의 감정적 거리를 좁히는 회화적 실험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예술의 정답 없음’을 실감했다. 각 장면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했고, 오히려 정해진 의미가 없기에 더 오래 머물러 사유하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생각이 맴도는 지점 — 그게 이번 전시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가 아닐까.

introvert, 2024, act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introvert, 2024, act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내부 사진: 학고재 갤러리

마치며 — 사물의 침묵 속에 감춰진 이야기들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라는 제목은 ‘함께하고 싶은 욕망’과 ‘직접 참여하긴 부담스러운 감정’ 사이의 모순적 태도를 담고 있다. 이 전시는 그런 애매한 정서를 시각화하며, 사물과 공간, 시선과 감정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탐색한다. 익숙한 풍경에서 감정의 여운을 찾아내는 작가의 시선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정수영의 팬트리는 당신의 삶과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놓인 사소한 사물 하나가, 누군가의 감정과 기억을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는 2025년 6월 28일까지, 학고재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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