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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시간, 그리고 인간의 마음: 이한비 작가의 세계
외계인의 시간, 그리고 인간의 마음: 이한비 작가의 세계

외계인의 시간, 그리고 인간의 마음: 이한비 작가의 세계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러나 우리 마음 어딘가엔 항상 살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외계인, AI, 유니콘, 그리고 검은 시간. 이한비 작가의 그림 속에는 이 모든 상상이, 두려움과 희망 사이 어딘가에서 출몰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그러나 확실한 감정들

그러나 확실한 감정들 이한비 작가의 작업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존재들을 다룬다. 정체불명의 우주선,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AI, 형체 없는 유니콘, 그리고 끝없는 검은 시간. 이들은 우리 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바람을 상징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누구도 본 적 없는 문명, 혹은 누군가는 이미 꿈속에서 본 것 같은 그 무언가. 작가는 말한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 마음속에 그려지는 방식대로 느끼면 된다."
상상 너머의 철학
이한비 작가의 세계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그는 사회 속 불균형,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 감정에 주목한다. ‘권선징악’ 같은 고전적 윤리 질문을 현실에 투영하고, 그것이 정말 실현 가능한지를 고민하며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다.
낡은 도시에서 피어난 우주

이한비 작가에게 가장 깊은 영감을 준 장소는 홍콩의 구룡성채. 오래된 건물, 얽힌 전선, 무심하게 붙은 실외기들. 버려졌지만 여전히 숨 쉬는 공간. 그 속에서 그는 새로운 문명을 상상했다.
존재하지만 무시된 것들, 그 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 그것이 그의 작업 속 외계인과 유니콘이 태어난 배경이다.
유화와 수채화 사이, 감정의 흐름
작가의 손끝은 유화와 수채화를 오가며 움직인다. 유화는 깊은 사유와 오랜 시간의 무게를 담는다. 수채화는 일상적인 호흡처럼 가볍고 솔직하다. 각각의 재료는 감정의 밀도를 달리하며, 완성된 그림은 마치 마음의 일기장처럼 조용히 말을 건다.
"유화는 내게 오랜 사색의 친구 같고, 수채화는 일상의 작은 속삭임 같아요."

그리고, 뱀

최근 이한비 작가는 뱀을 그리고 있다. 천경자 100주년 공모전을 계기로 시작된 뱀 작업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다.
맨드라미와 함께 뒤엉켜 있는 뱀은 생명과 죽음, 아름다움과 혐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아이콘이다.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너덜너덜하지만 살아 있는 것.
멈추는 시간, 그리고 관객
이한비 작가는 말한다. "제 그림 앞에 서서 잠깐만 멈춰주셨으면 해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아주 잠시, 우주의 끝을 그린 한 장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생각에 잠긴다.
그것이 외계인의 꿈이든, 인간의 마음이든.
예투가 만난 이한비 작가는, 익숙함 속에 숨겨진 낯섦을 발견하게 한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현실과 상상,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 놓인 경계 위의 풍경이다. 그리고 그 경계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