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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맥콜: Works 1972 - 2020 전시
안소니 맥콜: Works 1972 - 2020 전시

시간 위에 조각된 빛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 푸투라서울 전
빛은 사라지지만, 감각은 남는다.
조용히 떠오르고 사라지는 안개의 조각 속에서, 우리는 평소 놓치고 있던 ‘지각’을 되찾는다. 푸투라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안소니 맥콜(Anthony McCall)의 개인전은 단지 빛을 보는 전시가 아니다. 우리가 ‘보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
기간: 2025년 05월 01일 – 2025년 09월 07일
장소: 푸투라서울 (서울 종로구 북촌로 61)
시간: 화–금, 일 09:30–18:00 / 토 09:30–20:00 /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8,000원 (네이버 예매 시 14,400원)
예매 링크: 네이버 예약 바로가기
“당신의 몸이 필요합니다”
빛을 매개로 한 공간 예술의 선구자 1946년 영국 출생,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안소니 맥콜은 지난 50여 년간 ‘영화’라는 매체를 확장하고 해체하며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해왔다.
그의 대표 시리즈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는 어두운 공간에 프로젝터로 빛을 투사해 관객이 그 ‘빛의 조각’ 안을 직접 통과하게 만드는 설치 작업이다. 단순히 스크린을 바라보는 수동적 감상이 아닌, 신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만들어지는 공간적 경험.
그가 강조하는 건 기술이 아닌 감각, 스펙터클이 아닌 사유다. 시네마의 물리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빛과 시간, 공간, 관객이라는 네 가지 축을 엮어낸 이 시리즈는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라는 개념 아래 미디어아트의 한 시대를 연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Line Describing a Cone〉에서 〈Skylight〉까지
빛은 언제부터 조각이 되었을까?
푸투라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회고전은 1972년의 야외 퍼포먼스 필름 〈Landscape for Fire〉를 출발점으로, 안소니 맥콜의 초기 아날로그 실험부터 2020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설치작 〈Skylight〉에 이르기까지 약 50년에 걸친 조형적 사유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펼쳐낸다.

이 여정의 핵심에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빛은 스크린 없이도 조형이 가능한가?’
1973년작 〈Line Describing a Cone〉은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었다. 암실의 어둠 속, 회전하는 원형의 빛줄기가 천천히 회전하며 공간 속에 '원뿔'을 그려낸다. 관객은 점차 입체 형태를 드러내는 이 빛 속에 몸을 들이며, ‘스크린 없이도 존재하는 영화’라는 개념을 직면하게 된다. 빛은 더 이상 투영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형상이자 서사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발표된 〈Breath III〉에서는 이 조형 언어가 더욱 정교해진다. 맥콜은 ‘호흡’이라는 생물학적 리듬을 빛으로 치환한다. 빛줄기들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관객 주위를 감싸고,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공간 속에서 형체를 갖는다. 이는 단지 기하학적 구성 이상의 것이다. 감각이 느리게 열리고, 몸은 그 안에서 호흡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Between You and I〉는 물리적 구조에 ‘관계’라는 개념을 대입한 작품이다. 나란히 투사된 두 빛의 흐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겹치고 흩어진다. 관객은 그 사이를 통과하며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관계의 일부가 된다. 이 작품은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관계의 심리를 시각화하며,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감과 공명을 빛의 리듬으로 표현한다.


이어지는 〈Circulation Figures〉는 맥콜의 철학이 설치에서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된 대표작이다. 신문지와 거울, 반복 영상이라는 간결한 매체를 통해 그는 이미지의 순환, 기록, 소비라는 오늘날의 시각 환경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특히 영상과 청각, 피사체의 움직임이 중첩되며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반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미디어 비평을 넘어, 감각과 인식의 회로가 어떻게 구조화되고 반복되는지를 직감하게 만든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Skylight〉는 맥콜의 작업 중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응축된 형태다. 16분간 반복되는 빛의 흐름과, 데이비드 그럽스가 작곡한 사운드스케이프가 맞물리며—관객은 천둥소리, 번개, 안개의 흐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결을 ‘몸’으로 체험한다. 이 작품은 빛을 조형하고, 소리를 공간화하며, 시간을 리듬화한다. 여기서 빛은 더 이상 조각만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며, 감각이며, 잠재된 경험이다.

기록과 반복의 시학
아카이브 룸과 수첩 속의 시간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아카이브 룸에서는 맥콜의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

180여 권의 수첩, 드로잉, 스토리보드, 스코어, 과거 전시 자료까지—모두 그의 작업이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수학적 계산과 시간 구조 위에 구축된 '설계된 감각'임을 보여준다.
맥콜에게 드로잉은 예비 작업이 아닌 ‘시간을 다루는 악보’에 가깝다. 빛의 조각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위한 정교한 지도이자, 그 자체로 독립된 감각의 조형이다.
푸투라서울에서 펼쳐지는 미래적 경험
푸투라서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건축과 빛의 예술이 만나는 이 공간에서, 안소니 맥콜의 작품은 관객의 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전시'를 '현장'으로 바꾼다.
이번 전시는 단지 ‘보는 전시’가 아니다. 빛과 안개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감각하는 전시다. 지친 감각에 여백을 선물하고 싶은 이들에게, 지금 이 전시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초대다.

에디터 A의 한마디
빛은 사라지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이번 전시가 당신의 일상에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감각은 안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