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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사이, 김민솔의 산수화
낮과 밤의 사이, 김민솔의 산수화

낮과 밤의 사이, 김민솔의 산수화
꿈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붓 끝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계절도, 감정도, 고요한 풍경 속 어딘가에 갇힌 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그곳에 ‘나’가 있다.
어제의 나, 잊고 있던 감정, 그리고 어쩌면
내가 찾고 있던 이상향이.
그림이라는 창 너머,
우리가 잊고 있던 꿈의 조각을 그리는 사람.
그녀는 동양화 작가, 김민솔이다.

“산수화는 저에게, 꿈의 언어였어요.”
언뜻 보면 조용한 산수화다.
하지만 그 안엔 우리가 본 적 없는 나무,
만난 적 없는 하늘,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스며 있다.
그녀가 말하는 ‘꿈’은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얼굴을 가진다.
“하나는 잠들었을 때 꾼 무의식의 판타지.
또 하나는 현실을 넘어서 꿈꾸는 이상향이죠.”
꿈은 형태가 없다.
하지만 김민솔의 작품 안에서,
그 꿈은 형태를 갖는다.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되고,
때론 슬픔과 평화를 동시에 안고 있는
‘감정의 지도’가 된다.
이상향(Utopia), 그 직전의 감정
작가가 가장 애정을 담았다는 첫 작품,
〈이상향(Utopia)〉에서는
걱정 없이 잠들기 직전의 한 순간이 담겨 있다.
눈을 감기 전,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감정의 파편들이 풍경 속에 잠겨 있다.
“겉으론 평온한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현실 속 불안과 희망이 동시에 있어요.”
그녀는 말한다.
작품을 처음 볼 땐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감정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림 속 언덕 뒤편엔,
누군가의 두려움이 숨어 있고,
안개 낀 강가 너머에는
‘괜찮아지고 싶은’ 마음이 떠다닌다.
꿈과 현실 사이를 건너는 붓
작가는 종종, 자신이 꾼 꿈을 기록한다.
특히 트라우마와 두려움이 가득하던 시기의 악몽은
그녀가 산수화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계기였다.
그림 속에 현실과 상상이 나란히 놓인다.
꿈에서 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감정을 덮는 따뜻한 풍경.
그건 누군가에겐 위로일 수도,
또 누군가에겐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일기장일 수도 있다.
“꿈은 내면을 마주하게 해주는 창이에요.
내가 미처 몰랐던 감정과 욕망을
조용히 꺼내보게 해주는.”
작가와 관객이 함께 꾸는 꿈

그녀는 관객이 작품 앞에서
자신의 꿈을 떠올리길 바란다.
그림 속 풍경이 단지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기억’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전시장에서 어떤 관객이
자신의 꿈과 연결해
그림을 해석해줄 때,
그건 그녀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제가 그린 그림이
누군가의 꿈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소중해요.”
다음 전시는,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김민솔 작가는 다음 전시에서 관객의 꿈을 받아
그림으로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군가의 잊힌 감정, 어젯밤의 짧은 환상,
혹은 아직 이루지 못한 이상향.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다시 풍경으로, 다시 산수화로 만들 예정이다.
현실을 잊고 싶은 날,
조용히 그녀의 그림 앞에 서보자.
당신도 몰랐던 내면의 이야기들이
풍경 속에서 조용히 속삭일지도 모른다.